술버릇
2021.06.16.
정이겸은 소주잔을 든 손을 꼴사납게 흔들거리다가, 이은열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, 사나운 표정을 짓더니 얼마 안 가 고개를 테이블로 처박았다. '그 일' 이후로 둘이 술자리를 가지는 일은 없었지만 정이겸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가 되면 그의 동기들은 눈치를 보면서도 당연하다는 듯 이은열에게 연락했다. 정이겸의 정확한 집 주소와 비밀번호를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에서 고작 유명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. 정이겸은 매번 이은열을 언급할 때마다 개새끼, 또라이, 미친놈 등등의 멸칭을 사용했으나 둘은 자주 붙어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사이를 아직까지도 연인이라 착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. 평소 이은열의 행적 덕분에 그게 일방통행이라는 사실은 쉽게 묻혔다. '그런 일'이 있었는데도 잘 붙어 다니더라...... ..